이사 – 김영하 단편

소설에서는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어떻게 잡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하염없이 착하거나 올바른 정신을 가진 인물은 크게 주목 받지 못하지만 제대로 된 악역은 눈에 확 드러난다.

김영하의 단편 “이사”에 등장하는 이삿짐 인부들이 그러하다. 그 중 노란 셔츠의 사나이가 그 정점에 있다. 이삿짐 계약을 할 때와는 달리 건달 같은 일꾼들이 나타나 당사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냉장고를 임의로 열어 맥주 캔을 까거나 값비싼 물건에 대해 호기심을 보여 주인을 불안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이삿짐을 파손하거나 새로운 장판이나 벽지를 훼손시킨다. 그러고도 태연하다. 오히려 화를 낸다.

이런 극중인물들을 만나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가슴 한편이 답답해 오고, 만약 나라면 어찌했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결국 작가는 독자의 이런 심리를 잘 끄집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단편에서는 더하다. 작가는 이런 캐릭터 설정 작업에 괜찮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 지나쳐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거란 느낌보다는 어..나도 그런 놈 만난 적 있는데, 주위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돌아이 같은 놈이네..하는 식으로 인지하게 하는 거 말이다.

작가는 왜 이 단편을 썼을까?

“이사”라는 건 소설을 구성하기 위한 일종의 포장지이고 진짜 중요한 핵심은 주인공이 화가나서 호기 좋게 노란 셔츠 사나이의 멱살을 잡았다가 오히려 나가떨어지는 장면이다. 나는 요 장면에서 잠시 시선을 돌려 여러 가지 떠오르는 생각들을 잡아 보았다. 나의 힘만으로 헤쳐나올 수 없었던 순간들, 비굴했던 모습들, 슬픔, 쪽팔림….

작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인간은 대체적으로 약하면서도 선하다. 그도 이런 순간들이 많았을 것이다. 어느 날 잠을 설치며 깼을 때 문득 그런 아픈 기억이 떠 올랐던 것이다. 그래서 작가적인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사라는 조금은 일상적인 얘기와 믹스시켜 독자와 아픔을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이 단편의 결말은 상당히 무기력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끼는 물건은 망가졌지만 그 누구에게도 불평하지 못한 채 끝을 맺는다. 경찰을 부르기도 소송을 하기도 겁나고 …또 귀찮다.

Advertisements

태그가 있는 글:,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