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 김영하 단편

정식이 곁눈으로 영수를 보며 속삭였다. 야, 우리 안 만나야 하는 거 아니냐? 종업원이 무심한 얼굴로 메뉴판을 들이밀었다. 여기 커피요. 아, 아무거나, 그래요, 아메리칸 커피. 야,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뭐 죄졌냐? 우리가 만나지 말아야 할 이유라도 있냐? 정식이 사탕껍질을 벗겨 사탕을 꺼내 입에 넣었다. 그게 아니라, 씨발, 의심받을 수도 있잖냐. 따지고 보면 우리가 만냐야 할 이유도 없잖아. 야, 근데 저 새끼들 짭새 아니냐? 정식이 구석자리에 앉은 남자들을 지목하며 물었다. 아닌 것 같아. 짭새들은 양복 안 입어. 입는 새끼들도 있어. 여수 몫의 커피가 날라져왔다.

보통 대화는 쌍따옴표로 빼기 마련인데, 위 문장을 보면 너무나 자연스럽다. 두명의 친구가 나누는 대화들, 배경설명, 행동 하나하나가 어색함이 없다. 작가 김영하는 이런 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처음에는 인쇄하다가 실수로 잘 못 엮은 건 아닌지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소설에 몰입하기 좋아서 빠르게 책을 읽어 내려가게 된다. 이런 형태는 처음 접해본다.

글을 쓰다보면, 특히나 소설같은 경우에는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주요한 의미가 담겨져 있으므로 일일이 이를 구분하여 쌍따옴표를 붙여주다보면 흥이 깨지기 쉽상이다. 작가 김영하도 이런 걸 수없이 경험하며 자기만의 회피방안을 만든 듯 하다.

‘크리스마스 캐럴’ – 고요한 밤, 거룩한 밤…평화롭고 안락한 밤이 생각나겠지만, 이 단편에서는 상당히 불편한 진실을 공유한 대학동창들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어느 날, 일명 ‘걸레’라고 불리는 한 대학 여 동창에세게서 크리스마스 카드가 날아온다. 그리고 뉴스에 그 여동창이 처참하게 피살된 게 나온다. 남동창생들은 찌든 일상과 부부관계에서 또다른 악재가 겹친다. 과거 대학시절 얘기들이 나오고, 현실에서 마치 자기들이 살인자가 된 것 같은 착각을 하며 괴로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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