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은 왜 – 김영하

내가 접하는 김영하의 첫번째 장편이다.
이미 단편을 엮은 그의 소설집에서 형식의 파괴를 경험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매우 모호하게 설정하는 기술도 역시나. 그러니 당연히 장편은 어떨까하는 기대가 생길 수밖에…

아랑의 전설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소설이 시작되었다고 독자가 느끼기는 힘들다. 작가는 아랑의 전설이 구전되면서 많은 변형이 있었고 또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면서 또다른 재미를 주었을 것이라 여겼다. 또 관점에 대해 얘기한다.

관점 얘기가 나오면서 문득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과연 장편을 쓰려고 한건지 아니면 글쓰기와 상상력이 필요한 작가를 위한 교본을 만들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안가질 수 없게된다.

아랑의 전설을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랑의 관점이 아니라 아랑을 키운 유모의 입장이나 혹은 사건을 풀어야 하는 고을의 사또의 눈으로 보게 된다면 독자들이 느끼는 시공간의 차이가 확연할 것이고 흥미를 줄 수도 있다.

작가란 다 아는 이야기를 다르게 말하는 직업이다.라고 나온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12/29…

뒤로 갈수록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붙는다. 애들이 책읽어달라 블록 같이 맞추자는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나는 굿굿이 책상에 앉아 책을 펼친다.

현대의 영주와 조선시대의 아랑을 엮는다는 발상은 좋으나 그닥 연관성을 느낄 수 없었다. 그냥 별개의 얘기를 한 소설에도 섞어 놓은 것 같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스토리에 빠지기 보다는 이걸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문헌을 뒤졌을까에 머리가 아파왔다. 마치 내가 작가인양 피우지도 못하는 담배를 입에 물고, 침침해오는 눈을 비벼가며 온갖 고서를 뒤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생소한 용어들, 억울한 원한에 대한 뻔한 스토리에 전혀 색다른 숨은 얘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머리를 굴렸을지, 도대체 이것뿐인가 자책하는 울부짐이 들리는 듯 하다.

현대의 박이 살인자로 몰려 취조를 당하는 장면에서는 엄청난 속도감과 분노가 느껴진다. 등장인물이란게 작가의 상상력으로 등장하는 인물인데, 결국은 모두가 작가 그 자신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데, 그 취조 장면에선 나라면 어찌했을까…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을까, 아니면 좀 더 현명하게 폭력에 대해 고발을 하겠다는 위협으로 모면할까..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어차피 다 짜고치는 고스돕인데, 왜 순간 그런것을 잊어버리고 흥분한 것일까.

작가의 속도감은 여러차례 지적한 바대로 진행하는 글과 대화체를 구분하지 않고 막(?) 써내려가는데도 있고, 과감한 생략을 하지만 오히려 생동감있는 문체에 있다.

나도 지금 막 써내려가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고 문법도 엉망이겠지만 다음에 기회되면 수정하고..아니면 말고..

김영하의 소설에는 정사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의 단편집에서 보여줬었던 치밀하고 관능적인 수준에 비하면 한참을 못 미친다. 아쉽다. ㅋㅋ 그럴수밖에… 여기 주제는 살인사건이기 때문이다.

아랑스토리에 아쉽다면, 아랑이 얘기가 별로 없다. 러브 스토리나 혹은 정사신이라도..ㅎㅎ 현실의 영주와 박의 무덤덤한 사랑을 보여주듯 아랑에 대한 스토리 전개가 없다. 왜 그랬을까. 아마 귀찮았을 것이다. 현대극과는 달리 조선시대의 러브스토리를 만들려면 고대 서적을 얼마나 더 덜추어봐야 할까. 그리고 그 여인네는 화장이며 옷에 신경을 썼을 것이고 그 당시 유행하는 머리스타일이나 장신구, 데이트 장소나 방법, 대화…머리가 아팠을 것 같다.

괜찮다…. 엉켜있는 사건을 푸는 억균의 캐릭터도 좋았고, 고약한 어사도 , 독종같은 형사도, 유약한 박도, 호장이라는 놈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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